전체 글211 사람을 읽고, 질문 하나를 가져왔다 사람을 읽고, 질문 하나를 가져왔다— 푸시킨에게서는 삶을,세네카에게서는 시간을 배운 저녁오늘 아침,우연히 푸시킨의 삶을 들려주는 콘텐츠를 만났다.처음에는 목소리가 좋았다.그래서 잠시 머물렀다.그러다 푸시킨이라는 한 사람의 삶으로조금씩 들어가게 되었다.한 사람의 일대기를 들여다보는 것은그 사람이 언제 태어나무엇을 이루었는지를 아는 것만은 아니었다.그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어떻게 바라보았는지,그리고 그것을어떻게 자기만의 언어로 바꾸었는지를살펴보는 일이기도 했다.푸시킨을 바라보다나는 질문 하나를 가져왔다.“이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어떻게 자기 언어로 바꾸었을까?”생각해 보니창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누군가의 훌륭한 작품을 만나고,배우고,참고할 수는 있다.그러나 마지막에는내 언어로 돌아와야 한다.발자.. 2026. 9. 12. 아직 나뭇잎은 푸른데, 바람이 먼저 가을이 되어 찾아왔다. 아직 나뭇잎은 푸른데,바람이 먼저 가을이 되어 찾아왔다.2026년 9월 9일 아침.곤지암 도서관 뒷산의 산길을 걷고 있었다.여름 내내 그렇게 크게 들리던 소리들은어느새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풀벌레 소리도 전보다 조용해졌고,산길에는 초가을 특유의 고요함이 내려앉아 있었다.그때 바람이 왔다.보이지 않는 바람이푸른 나뭇잎 사이를 지나갔다.나뭇잎이 흔들렸다.한 번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고,조금 세게 불었다가 다시 잔잔해졌다.나는 걸음을 멈추었다.“와, 또 왔군요.어서 오세요.”그리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고마워요.”아직 나뭇잎은 푸르렀다.눈으로 보이는 풍경만 놓고 보면여름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그런데 바람은 달랐다.피부에 닿는 느낌이 달랐고,그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나뭇잎의 표정도 달랐다.가을은 나뭇잎의.. 2026. 9. 10. Right Now 오늘 한 곡의 음악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제목은 〈Right Now〉.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제목이 적힌 이미지 한 장을 놓고음악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바라보게 하면 어떨까.그런데 음악을 여러 번 듣고,영상과 함께 바라보다 보니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이 곡에는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처음 잠시 인스트루멘털이 흐르고,이어 영어 목소리가 들어와 이야기를 건넨다.특히 후반으로 갈수록말과 말 사이가 길어진다.숨을 쉬고,잠시 멈추고,다시 이야기한다.그 멈춤이 이상하게 좋았다.무언가를 더 넣어야 할 빈자리가 아니라듣는 사람이 들어갈 자리처럼 느껴졌다.그래서 영상도 음악을 따라조용해지기로 했다.화면에 많은 문장을 넣지 않았다.장면도 계속 바꾸지 않았다.제목 Right Now만 처음에 보여준 뒤문자를 내려놓았다.. 2026. 9. 7. 복근을 보러 갔다가 마음공부를 하고 왔다|세상에서 배운 것으로 더 나다워지는 법 오늘 SNS를 보다가한 사람 앞에서 눈이 멈추었습니다.와우.잘 관리된 몸,자연스럽게 드러낸 은빛 머리와 수염,그리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당당한 모습.처음에는 아주 단순했습니다.“와, 자기관리의 끝판왕인데?”하하하하.솔직히 말하면복근을 구경하러 들어갔습니다.그런데 조금 오래 바라보기 시작하니복근보다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이 사람은 단순히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나이가 들어 생긴 은빛 머리도,수염도,지금의 얼굴도 감추기보다자기 모습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그 모습을 바라보다가문득 질문 하나가 생겼습니다.‘젊어 보이는 것과지금의 나를 잘 살아내는 것은전혀 다른 일이 아닐까?’젊었던 나를 붙잡으려고 애쓰는 것보다지금 내게 있는 것을 잘 바라보고,가꾸고,사용하는 것.지.. 2026. 9. 5. 가을 햇살 아래, 찾아오는 마음 오늘은 가을 햇살이 참 고운 날이었습니다.어르신들과 하루를 보내던 중,오늘 담당하고 있던 한 어르신의 아드님이면회를 오셨습니다.이 어르신에게는참 고마운 일상이 하나 있습니다.매주 목요일에는 따님이,토요일에는 아드님이 찾아옵니다.한 번도 아니고,어쩌다 생각날 때도 아니고,매주 그렇게 찾아오는 모습을나는 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오늘 아드님께 말씀드렸습니다.“매주 이렇게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데참 대단하십니다.”아드님은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아, 이렇게라도 와야지요.”짧은 한마디였습니다.그런데 그 말이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오늘은 햇살도 참 좋았습니다.맑은 가을 햇살 아래아드님은 어르신을 모시고작은 안나의 집 넓은 마당을한 시간 넘게 산책했습니다.나는 3층에서그 모습을 내려다보았습니다.천천히 이어지는 두.. 2026. 9. 5. 지금이 가장 좋은 때 | 어르신의 눈으로 다시 바라본 오늘 오늘도 어르신들과 함께하는평범한 일상의 현장에 있었습니다.한 어르신을 돌보며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드리고 있었습니다.그때 어르신께서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순간 마음이 멈추었습니다.나는 어르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그 순간 어르신도 나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그리고 나는어르신의 눈을 통해다시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어르신의 세례명은 카타리나입니다.연세가 많으신데도목소리가 참 곱습니다.맑고 고운 목소리를 들을 때면아름답게 노래하는 카나리아가 떠오릅니다.그래서 언젠가 어르신께 말씀드렸습니다.“어르신,카나리아라는 새가 있는데노랫소리가 참 아름답대요.어르신 목소리가 그 새처럼 참 고우세요.세례명 카타리나하고 이름도 비슷하네요.”오늘도 그 고운 목소리로어르신은 내게 한마디를 .. 2026. 9. 5. 이전 1 2 3 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