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21 귀로 들었는데, 눈앞에 풍경이 펼쳐졌다 — 음악을 다시 배우게 한 여섯 시간 오늘은 음악을 다시 배운 날이었다.오후 3시 30분쯤 일을 마치고 시작한 공부가밤 9시가 훌쩍 넘어서까지 이어졌다.거의 여섯 시간.처음에는 그저 새로워진 Suno V6를하나씩 살펴보려는 마음이었다.그런데 공부가 끝날 무렵,나는 새로운 기능 몇 가지를 배운 것이 아니라내가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한 곡에서 시작된 질문오늘 실험의 출발점은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연주곡 〈Autumn Walk〉였다.다시 천천히 들어보니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원래는 플루트가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는데실제로 들어보면 피아노의 존재감이 상당히 컸다.특히 높은 음역의 피아노가 자주 등장했고플루트와 피아노가 서로 자리를 내어주기보다같은 공간에서 함께 말하고 있다는 .. 2026. 9. 25. 물이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자란다 — 오늘도 1cm의 청음 물이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자란다— 오늘도 1cm의 청음오늘 아침 산을 걸으며 음악 한 곡을 들었다.가을 산길이었다.발밑에는 낙엽이 보이고,공기는 어느새 여름의 뜨거움을 내려놓고 있었다.그 길에서 음악이 내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처음 내 귀에 들어온 것은화려한 악기도,멜로디도 아니었다.속도였다.천천히 걸어가는 내 발걸음과음악의 BPM이 묘하게 맞았다.음악이 나를 끌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내가 음악을 따라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그저 함께 걸었다.‘아, 가을에는 이런 속도가 있구나.’그다음 귀에 들어온 것은 보컬이었다.특색 있는 남성의 목소리.뒤에서는 합창이 아주 은은하게 받쳐주었다.그리고 독창이 앞으로 나오는 순간,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무언가가 더해진 것이 아니라오히려 빠졌다.보컬을 받치던 피아노마저 물.. 2026. 9. 25. 다시 만난 첫 꽃향기 다시 만난 첫 꽃향기오늘 휴대폰의 저장공간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영상들을 하나씩 살펴보게 되었다.동영상은 500개가 넘게 남아 있었다.최근의 영상부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그리고 가장 끝에서 한 영상과 만났다.50초짜리 살구빛 장미 영상.촬영 날짜는 2026년 7월 12일.화면 속 장미를 보는 순간,이상하게도 꽃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그날의 공기와 화원에 들어서던 순간,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 꽃향기가 다시 떠올랐다.어느 꽃의 향기였는지는 모른다그날 동생의 화원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와, 이게 무슨 향기지?”어느 꽃에서 나는 향기인지 알 수 없었다.장미였는지, 주변의 여러 꽃이 함께 만들어낸 향기였는지도 모른다.그저 좋았다.요즘 꽃을 보면서도 이렇게 강한 향기를 만나는 일이 흔하지 않았기.. 2026. 9. 23. 많이 만든 끝에, 일곱 곡이 남았다 HONEY’S MUSIC 첫 1시간 플레이리스트 많이 만든 끝에, 일곱 곡이 남았다HONEY’S MUSIC 첫 1시간 플레이리스트오늘 HONEY’S MUSIC의 첫 1시간 플레이리스트가 세상에 나왔습니다.제목은 〈가을로 가는 길〉.총 길이 1시간 6분 14초.화면에 찍힌 한 시간이라는 숫자를 바라보니 기쁘면서도, 그동안 지나온 과정들이 하나씩 생각났습니다.처음부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음악을 만들고, 자연을 바라보고,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어떤 날은 산에서 만난 빛이 음악이 되었고, 어떤 날은 바람과 나무가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그리고 아주 초기에 동생네 화원에서 꽃향기를 맡으며 만들었던 영상도 생각났습니다.지금 다시 보면 영상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그때는 지금처럼 영상과 음악의 .. 2026. 9. 22. 나는 느리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리듬으로 사는 사람이다 — 거북이도 춤을 추는 밤 나는 느리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나의 리듬으로 사는 사람이다— 거북이도 춤을 추는 밤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고나의 공간으로 돌아왔다.샤워를 마치고 음악을 켰다.오늘은 이상하게조용히 머무는 음악보다몸의 에너지를 깨우는 리듬이 듣고 싶었다.그렇게 시작된 음악이〈Night Begins〉였다.음악을 들으려고 했는데어느 순간 몸이 먼저 움직였다.어깨가 들썩이고,발이 리듬을 따라가고,나중에는 온몸이 음악 안에 들어가 있었다.땀이 날 정도로 움직이다가문득 웃음이 났다.나는 그동안‘거북이’라는 말을 참 좋아했다.서두르지 않고,천천히 바라보고,필요하면 멈추어 머물고,주변을 놓치지 않는 삶.그것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밤,거북이에게 또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거북이라고언제나 느리게 걸어야 하는 .. 2026. 9. 20. 음악을 만들지 않았는데, 숲에서 한 곡을 가지고 내려왔다 오늘 , 오랜만에 아침 산길을 걸었습니다.처음부터 무엇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그저 아침의 숲을 걷고 싶었습니다.제 공간을 나와 눈을 들었을 때,먼 산의 꼭대기에 아침 햇살이 먼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아래쪽 숲은 아직 짙은 그림자 속에 있었고높은 곳부터 빛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아침은 산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고 있었습니다.숲으로 들어서자 산새들이 활발하게 아침을 열었습니다.그 소리를 듣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풀벌레들은 다 어디 갔지?”조금 더 귀를 기울이자그제야 뒤에서 들려왔습니다.찌르찌르, 찌찌찌.없었던 것이 아니라내가 아직 다 듣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산길에는 알밤이 하나둘 떨어져 있었습니다.고운 알밤 몇 알을 주워 가방에 넣었습니다.오랜만에 아침 산행을 나온 나에게산이 건네는 작은.. 2026. 9. 17. 이전 1 2 3 4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