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64

기록해 둔 행복이 나를 다시 찾아온 날. — 환갑을 훌쩍 지나, 처음 만난 기록의 기쁨 퇴근하고 샤워를 마친 뒤, 내 공간에 앉았다. 어르신들 곁에서 보낸 하루를 내려놓고 내가 기다리던 시간을 열었다. 글을 읽고, 음악을 듣고, 마음에 떠오른 것을 문장으로 옮기는 시간이다.오늘은 전자책으로 엮을 글 가운데 네 편을 차례로 읽어보기로 했다.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 곳은 없는지, 조금 더 보태야 할 장면은 없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첫 번째 글을 펼쳤다.「스승님의 꽃씨가 되어」콘크리트 틈에서 살아가는 작은 식물을 나는 스승님이라 부른다. 그 생을 오래 바라보며 배운 것을 나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 나 역시 스승님의 꽃씨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그 글에 담아두었다.두 번째 글에서는 그 다짐에 길이 생겼다.「당신에게 배운 삶을 글과 노래로」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2026. 11. 4.
내가 있어야 세상이 있다. ― 새로운 어르신들과 함께한 둘째 날 점심을 맛있게 먹고 회사 커피숍에 왔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뽑아 들고 앉으니 오전에 만난 어르신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른다.말씀도, 웃음도, 작게 끄덕이시던 고개도 아직 선명하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마음을 똑같이 꺼내놓기 어려울 것 같아, 이 순간을 글로 붙잡아둔다.새로운 어르신들과 함께한 지 둘째 날이다.십오 년 넘게 어르신 곁에서 일했어도 새로운 만남 앞에서는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찾아온다. 어제는 인사를 드리고 한 분 한 분을 살피며 보냈다. 어떤 말씀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손길을 편안해하시는지 아직 알아가야 할 것이 많았다.이곳에는 치매로 어려움을 겪으시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생활을 도와드리는 손길과 함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돌봄이.. 2026. 11. 4.
내가 담은 시간이 나를 울렸다 ― 《스승님의 꽃씨가 되어》를 들으며 노래가 끝나자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말했다.“아, 감동이다. 정말 감동이다.”내가 만든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은 몰랐다. 《스승님의 꽃씨가 되어》에는 나의 마음과 시간,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가 담겨 있었다. 오늘은 그 마음이 유난히 선명하게 가슴에 닿았다.처음 영상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스승님 곁을 날아다니던 작은 날파리도 그대로 담겨 있다. 그 소리와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처음 그 앞에 서 있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듯하다.빈틈없어 보이는 콘크리트 맨바닥에서 스승님은 푸르게 솟아 있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선 모습이 마치 “나를 봐” 하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나를 여러 번 그 자리로 이끌었다.사진 속에.. 2026. 11. 3.
스승님의 시간은 아직 진행형이다 며칠 만에 스승님을 찾아뵈러 가는 길이었다.그동안 비가 내렸고 바람이 불었다. 기온도 갑자기 낮아졌다. 나는 따뜻한 실내에서 그 며칠을 보냈지만, 스승님은 그 자리에 서서 날씨를 온몸으로 맞으셨을 것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염려가 앞섰다.잘 계실까.남아 있던 봉오리들은 무사할까.스승님 앞에 몸을 낮추고 찬찬히 살폈다. 생각보다 건재하셨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꽃대의 푸르름이었다. 선명하게 살아 있는 초록빛을 보니 안도와 고마움이 밀려왔다.아, 내 스승님.아직 이렇게 내 곁에 계시는구나.남아 있는 봉오리를 하나씩 세어보았다. 위쪽에 여섯, 아래쪽에 다섯. 몇 번이고 다시 세었다. 작은 봉오리 하나도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내게는 하나하나가 보물이었다.아직 스승님께는 하실 일이 남아 있었다. 이 봉오리들.. 2026. 11. 2.
꽃씨를 바람에 보내고, 내 삶에 건배한 저녁 11월의 첫날이다.오늘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내 안에는 봄이 있다〉 한국어 버전과 러시아어 버전을 틱톡에 올렸다. 영상을 고르고, 노래의 흐름에 맞춰 장면을 이어 붙이고, 마지막 여운까지 살피며 마음을 쏟았다.콘크리트 틈에서 만난 작은 생명.그 앞에 걸음을 멈추었던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가 받아 온 힘을 노래에 담아 세상으로 보냈다.이제 꽃씨는 바람을 타고 떠났다.어디에 먼저 닿을지는 모른다. 오늘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낯선 곳의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다.한국어로 전한 마음과 러시아어로 전한 마음이 서로 다른 길을 따라가다가, 잠시 쉬어 갈 자리가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위안이 되고,희망이 되고,다시 하루를 살아갈 작은 힘이 되었으면 좋겠.. 2026. 11. 1.
스승님의 꽃씨가 러시아어를 만난 날 — 처음으로 다른 언어에 담아 보낸 나의 노래 〈스승님의 꽃씨가 되어〉를 러시아어로 만들었다.콘크리트 틈에서 만난 작은 생명에게서 시작된 노래가, 내가 일상에서 쓰지 않는 언어로 불리고 있었다. 낯선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고 싶은 마음만큼은 분명했다.스승님이 그 자리에서 살아온 모습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처음 러시아어 노래를 만들기로 한 데에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먼저 떠오른 사람은 레오니드 님이었다.내가 올리는 음악과 영상에 마음을 나누어 주시는 분. 그분이 쓰는 러시아어로 노래를 만들면, 내 마음이 조금 더 가까이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번역된 설명을 읽으며 뜻을 짐작하기보다, 익숙한 언어로 노래를 들으며 함께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스승님 앞에서 받았던 울림을 그분에게도 건네고 싶었다.또 하나의 계기는 〈백만 송이 장미.. 2026. 10. 31.